34화. 선생님, 같이

34화. 선생님, 같이
치료 기록지를 받아 드는 시간이 있다. 매 세션 후, 치료사 선생님이 적어둔 몇 줄을 받아 읽는다. 오늘의 활동, 반응, 특이사항. 그날은 종이 맨 아래에 한 줄이 더 있었다. 다른 날보다 진한 글씨로, 마치 밑줄이라도 치고 싶었던 듯이.
"자발적 발화: '선생님 같이'"
전날이었다. 선생님이 해먹 그네를 꺼냈을 때, 아이가 다가갔다고 한다. 평소라면 낯선 도구 앞에서 돌아서거나, 자기 방식대로 탐색하다 말거나, 아니면 그냥 무시했을 텐데. 그날 아이는 달랐다. 선생님이 그네를 설치하는 동안 곁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네가 준비되자, 손을 내밀었다. 아니, 손을 내민 것뿐만이 아니었다.
"선생님, 같이."
선생님이 그 말을 적어둘 때까지 아마 몇 분은 손에서 놓지 않았을 것이다. 치료사 경력이 오래된 분인데도, 그날은 기록을 쓰는 손이 흔들렸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나는 그 기록지를 받아 들고, 복도 의자에 앉아 한참을 읽었다. '같이'라는 말. 아이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함께하자고 말한 것이다. 엄마, 아빠도 아닌, 일주일에 몇 번 만나는 선생님에게. 그건 단순한 발화가 아니었다. 타인을 인식하고, 그 사람과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를 표현한 것이다. 사회성 발달에서 이것보다 큰 이정표가 있을까.
아이에게 언어는 도구이기 이전에 다리였다. 혼자인 세계에서 건너가는 다리. 오늘 아이는 그 다리를 한 걸음 건넜다. 손을 내밀고, 말을 얹어, 선생님을 저편에서 불렀다. '같이.'
문이 열리고 아이가 나왔다. 선생님과 손을 잡고 나왔다. 내가 아는 내 아이의 걸음걸이가 아니었다. 조금 더 컸다. 아이는 나를 보자 손을 놓고 내게 왔다. 그 손을 잡았다. 오늘 이 손은 선생님에게 먼저 내밀었던 손이다. 세상을 향해 처음으로 내민 손이다. 나는 그 손을 오래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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