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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익명· 2026년 6월 9일

32화. 컴퓨터와 아이

32화. 컴퓨터와 아이

32화. 컴퓨터와 아이

치료실 한쪽에 태블릿이 놓여 있었다. 화면 보호 필름도 붙어 있고, 거치대도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전산화인지재활치료.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는 생소했지만, 알고 보면 단순하다. 화면에 그림이 나타나고, 아이는 그것에 반응한다. 맞히면 효과음이 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아이를 작은 의자에 앉혔다. 치료사 선생님이 옆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유리 너머에서 지켜봤다.

화면이 켜졌다. 밝은 색들이 나타났다. 아이는 처음에 화면을 보지 않았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의자 옆 벽을 봤다. 선생님이 부드럽게 아이의 시선을 화면 쪽으로 유도했다. 강제로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손으로 짚으며 소리를 냈다. 아이는 잠깐 화면을 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유리에 거의 붙다시피 서 있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선생님은 계속 시도했다. 급하지 않게, 하지만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그리고 어느 순간, 아이가 화면을 건드렸다. 손가락 끝이 화면을 스치는 것이었는지, 의도적으로 누른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효과음이 울렸다. 아이가 멈췄다.

그 1초. 아이가 멈춘 그 1초가 내게는 오래 기억될 것이다. 아이는 소리가 난 화면을 봤다. 짧았지만, 봤다.

나는 의사이기도 하지만, 부모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이 무엇을 훈련시키는지, 어떤 인지 경로를 자극하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 유리 너머에서 아이가 화면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는 것을 보는 마음은, 의학 지식으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

놀이처럼 보인다. 아이에게는 실제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게임처럼 생긴 화면, 효과음, 색깔. 하지만 그것이 치료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이는 지금 치료를 받고 있다. 만 2세 10개월의 아이가 작은 의자에 앉아, 화면 앞에서 무언가를 배우려 하고 있다. 그게 놀이든 치료든, 아이에게는 어차피 둘 다 낯선 세계다. 그 낯선 것들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앉아 있었다는 것이, 오늘의 성과였다.

세션이 끝났다. 아이가 의자에서 내려왔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무언가 말했고, 아이는 반응하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아이가 나왔다. 나를 보고도 달려오지 않았다. 그냥 내 곁을 스치듯 지나가려 했다. 나는 아이를 잡아 안았다.

오늘 몇 개를 맞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 아이가 오늘 그 의자에 앉아 있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단 한 번이었지만, 화면을 봤다. 그 1초가 다음 세션의 출발점이다. 치료는 그렇게 쌓인다. 오늘의 1초가 내일의 3초가 되고, 그것이 언젠가 10초가 된다. 나는 그것을 믿어야 한다. 믿는 수밖에 없다.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웹툰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보증하지 않으며, 모든 의료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별 환자의 치료 결과는 다양할 수 있으며, 본 콘텐츠의 사례가 일반적인 치료 결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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