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지친다는 것

63화. 지친다는 것
언젠가부터 내 질문이 바뀌었다.
처음엔 "이게 맞나?"였다. 이 치료가 옳은 선택인지, 이 방향이 맞는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의사인 나는 문헌을 찾고, 근거를 따지고, 납득하면 앞으로 나아갔다. 불안했지만 불안을 연료로 삼아 달렸다.
그런데 5년째에 접어들던 2025년, 나는 어느 날 다른 질문을 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특별히 나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희원이는 잘 자라고 있었다. 언어도 늘었고, 친구 이름도 기억하고, 농담도 했다. 숫자로 따지면 우리는 잘 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지쳐 있었다. 진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희원이와 놀아주다가도 어느 순간 멍해졌다. "내가 지금 여기 있구나." 그게 전부였다.
아내의 얼굴을 제대로 본 건, 초여름 저녁이었다. 희원이가 잠든 뒤 거실에서 각자 다른 것을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냥 지나치려다 멈췄다. "괜찮아?" 아내는 잠깐 나를 보더니 말했다. "모르겠어."
그 두 글자가 무거웠다. 아내는 원래 "모르겠어"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다. 늘 판단하고, 정리하고, 결정하는 사람. 그런 아내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아내는 나보다 훨씬 더 지쳐 있었다.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나도 말하지 않고 있었다.
의사들은 번아웃을 잘 안다. 다른 사람에게서는. 증상을 설명할 수 있고, 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서는 잘 모른다. 나는 진료실에서 "지치면 쉬어야 해요"라고 말하는 의사인데, 집에 오면 지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지쳐 있음을 인정하면, 멈춰야 하는 것 같아서.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하지만 그날 밤 아내와 나는 처음으로 솔직하게 말했다. "나 요즘 많이 지쳐." "나도." 그게 다였다. 해결책을 찾지 않았다. 위로의 말도 많지 않았다. 그냥 둘 다 지쳐 있다는 걸 서로 확인했다.
이상하게도 그게 조금 나았다.
인정하는 것이 시작이다. 진단만 해도 반은 치료라고, 나는 환자들에게 늘 말해왔다. 그 말을 나 자신에게 처음으로 적용했다. 지쳐 있다. 그래도 된다. 의사도 지친다. 부모도 지친다. 지침 없이 5년은 없다.
그래도 다음날 나는 진료실에 갔다. 아내는 희원이를 치료실에 데려갔다. 달라진 건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달라진 게 있었다. 지쳐 있다는 걸 알면서 가는 것과, 모른 척하면서 가는 것은 다르다.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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