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상해의 기억

62화. 상해의 기억
세 번째 비행기 안에서, 희원이는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처음에 이 아이는 공항이 무서웠다. 아니, 무서움이라는 감정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었는지조차 모르겠다. 소리가 컸다. 사람이 많았다.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났다. 희원이는 귀를 막았다. 두 손으로 꽉. 울지는 않았지만, 온몸으로 "싫다"고 말하고 있었다.
첫 번째 상해행. 2022년이었다. 희원이는 만 세 살이 조금 넘었었다. 나는 유모차를 밀면서 아내 손을 잡았고, 아내는 희원이 귀에 이어폰을 끼워주었다. 소음 차단 헤드폰을 씌워줬더니 조금 나아졌다. 비행기 안에서 희원이는 내 품에 파묻혀 잠들었다. 낯선 것들을 잠으로 피했다.
두 번째는 2023년. 이번엔 조금 달랐다. 귀는 여전히 막았지만, 공항을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비행기 창밖을 한 번 힐끔 봤다. "구름이다." 그 말 한 마디를 했다. 나는 그 한 마디를 지금도 기억한다.
세 번째가 2024년 10월이었다. 희원이는 공항 들어서자마자 말했다. "아빠, 여기 비행기 타는 데야?" 알고 있으면서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미 아는 장소에 다시 왔다는 안정감. 우리는 수속을 밟고,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았다. 희원이는 유리창 너머로 비행기를 보며 기종을 물었다. 내가 "아빠도 잘 모르겠는데" 했더니 "그럼 찾아봐" 했다.
비행기 안에서 희원이는 창가 자리를 원했다. 직접 요구했다. 앉아서 한참 동안 구름을 봤다. "구름 위에 뭐가 있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데, 또 모르지." "희원이는 구름 위에 집 있으면 좋겠어." 우리는 그런 대화를 했다.
상해는 매번 낯설었다. 언어가 달랐다. 음식 냄새가 달랐다. 병원의 복도 색깔도 달랐다. 처음엔 그 낯섦이 나까지 위축시켰다. 내가 의사인데도, 여기서는 아무것도 읽지 못하고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부모였다. 손을 잡고 따라가는.
하지만 세 번을 다녀오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말이 안 통해도 사람은 사람을 알아본다. 우리 희원이를 돌봐준 사람들은, 희원이가 무서워하면 속도를 늦추었다. 웃는 얼굴을 보여주었다. 작은 것들을 미리 설명해 주었다. 언어가 없어도 그 마음은 닿았다.
상해는 냄새로 기억된다. 비 온 뒤 병원 복도의 냄새, 호텔 아침 식사 냄새, 황푸강 바람 냄새. 희원이도 냄새를 맡았다. "여기 냄새 이상해"라고 말하면서도 익숙해져 갔다. 낯선 것이 익숙해지는 것, 그것도 치료였을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 셋이 함께였다. 아빠와 엄마와 희원이. 낯선 도시에서 셋이 밥을 먹고, 셋이 걸었다. 그것이 상해의 진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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