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질문

58화. 질문
TV에서 무슨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가 내 옆에 앉아 화면을 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나를 봤다.
"아빠. 아기가 엄마 배에서 태어나요?"
네 살 네 달. 나는 잠깐 멈췄다.
"응, 그래."
"아기가 엄마 배에서 나와요?"
"응, 엄마 배 속에 있다가 나오는 거야."
아이는 잠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TV를 봤다. 끝이었다. 대화는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나는 그날 오래 그 질문을 생각했다. 아기가 엄마 배에서 태어나요.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이 많았다. 이 아이는 지금 세상의 원리를 물은 것이다. 자기가 모른다는 걸 알고, 그것을 알고 싶어서, 알 수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해야 질문이 나온다.
ASD를 가진 아이들에게 질문은 단순한 언어 발달의 문제가 아니다. 질문은 인지적 도약이다. 상대가 나보다 더 많이 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 정보를 나에게 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궁금하다는 감정을 언어로 변환해서 상대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한 문장 안에 들어 있다.
처음 아이의 진단을 받았을 때, 나는 앞으로 이 아이가 질문을 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궁금한 게 있어도 표현 못 하는 아이가 될까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어도 그냥 혼자 담아두는 아이가 될까봐. 그게 가장 두려운 장면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아기는 어디서 오느냐고.
대답은 간단했다. 엄마 배에서. 세 글자. 하지만 그 질문이 가리키는 방향은 훨씬 멀고 컸다. 이 아이는 지금 세상을 이해하려 하고 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식하고, 그것을 채우려 손을 뻗고 있다. 그 손이 내게 닿았다.
나는 의사로서 수많은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수많은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날 내 아이의 질문 앞에서, 나는 그 어떤 답보다 먼저 감사했다. 물어봐 줘서. 나한테 물어봐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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