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벨
웹툰 목록으로
웹툰익명· 2026년 6월 9일

23화. 면역의 축

23화. 면역의 축

23화. 면역의 축

6월, 나는 진료실 책상 위에 파일 하나를 펼쳤다. 지난달 기록이었다. 5월 23일 첫 줄기세포 투여 이후 아이가 이 주 동안 겪은 일들이 적혀 있었다. 투여 당일 밤의 기침. 다음 날 새벽의 구토. 사흘째 미열. 일주일째부터 조금씩 안정되는 식사량.

이것이 부작용인지, 명현인지 나는 아직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로 적어두었다. 모른다고 쓰는 것이 의사로서 불편했다. 그러나 확실하지 않은 것을 확실한 척 쓰는 것은 더 나쁜 일이었다. 나는 결론 없는 기록을 그대로 두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아이는 그 일주일을 버텼다. 버텼다는 표현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이는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평소보다 더 자주 누웠고, 밥을 덜 먹었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는 날이 늘었다. 아이의 상태를 측정하는 것은 언제나 간접적이고 부정확했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것들을 추적하면서 의사의 훈련이 때로 방해가 된다는 것을 나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오늘은 두 번째 전혈구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날이었다.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의 수와 비율을 보는 기본 검사이지만, 면역 상태를 읽는 창문이 되기도 했다. 나는 숫자들을 천천히 읽었다.

조용한 변화가 있었다. 백혈구 분획에서 림프구와 호중구의 비율이 조금 더 균형 잡혀 있었다. 지난달보다 면역 지표 일부가 미약하게 개선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수치만 보면 통계적 유의성을 주장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나는 임상의였다. 숫자가 아니라 방향을 읽는 사람. 면역 체계가 무언가를 향해 조금씩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확신이 아니라 기울기였다.

파일을 뒤로 넘기면서 나는 지난 일 년을 떠올렸다. FMT로 장을 닦았다. 해독 주사로 중금속 부담을 줄였다. 오메가3와 비타민D, 마그네슘으로 신경과 면역을 지탱했다. 그리고 줄기세포. 이 치료들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이 결과지를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전체를 하나의 축으로 읽었다.

장이 면역의 기반이다. 해독은 그 기반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치운다. 영양은 그 위에 구조를 세운다. 줄기세포는 구조가 어느 정도 갖춰진 다음에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순서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의도한 것이기도 했고, 결과가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나는 이 생각을 차트 여백에 짧게 적었다. 나중에 다시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고정시키기 위해서.

완치라는 말을 나는 쓰지 않는다. 환자에게도 쓰지 않고, 내 아이의 파일에도 쓰지 않는다. 그 말은 끝을 전제하는데,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끝을 모르는 여정을 걸을 때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 방향이 지금 결과지 위에 아주 조그맣게 찍혀 있었다.

나는 오늘 날짜 옆에 체크 표시를 했다. 면역 체계가 조금 더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아이의 몸이 조금 더 아이의 것이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오늘은.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웹툰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보증하지 않으며, 모든 의료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별 환자의 치료 결과는 다양할 수 있으며, 본 콘텐츠의 사례가 일반적인 치료 결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댓글 0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