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세포의 연료

17화. 세포의 연료
유기산 검사와 혈액검사 결과를 함께 펼쳐놓고 비교하면서 한 가지 큰 그림이 선명해졌다. 이 아이의 몸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이 효율적이지 않다. 음식을 먹어도 세포 수준에서 연료로 전환되는 중간 단계가 막혀 있다는 신호들이 여러 검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미토콘드리아 — 다시 그 발전소 앞에 섰다. 이 발전소가 제 기능을 못하면 뇌도, 장도, 근육도 충분한 힘을 받지 못한다. 발달이란 결국 세포들이 제 일을 할 수 있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
코큐텐은 이미 처방 중이었다. 여기에 알파리포산과 아세틸카르니틴을 추가하기로 했다. 알파리포산은 에너지 대사의 중간 과정에서 보조인자로 작용하고, 강력한 항산화 효과도 겸한다.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의 피해를 줄여준다. 아세틸카르니틴은 지방산을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운반해 연료로 태우는 역할을 한다. 이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하면 발전소가 더 안정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론은 명쾌했다. 문제는 항상 아이의 입이었다.
새 영양제를 내밀자 아이가 냄새를 먼저 맡았다. 아세틸카르니틴 특유의 약간 비릿한 향에 코를 찡긋했다. "이거 싫어." 완전한 문장에 가까웠다. 싫다는 의사 표현이 이렇게 또렷하게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싫어한다는 것이 기쁘고, 싫다고 말한다는 것도 기쁜 — 기묘한 감정이었다. 그러나 싫어도 먹여야 했다. 며칠을 고민해서 방법을 찾았다. 제형을 바꾸고, 다른 음식과 함께 타이밍을 조절했다. 아이는 완전히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강하게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우리의 타협이었다.
처방지를 정리하면서 생각했다. 이 세 가지 영양소가 이 아이의 세포 하나하나에 닿기를. 뇌세포에도, 장세포에도, 근육세포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료를 공급하는 일 — 거창한 치료가 아니라 기본을 채우는 것. 그 철학이 이 아이 치료의 중심이었다. 약 상자에 줄이 하나 더 늘었다. 그러나 그 무게가 희망의 무게이기도 하다는 것을, 나는 이제 받아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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