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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익명· 2026년 6월 9일

55화. 그룹수업

55화. 그룹수업

55화. 그룹수업

대기실 문을 열었을 때, 아이들이 먼저 보였다.

셋이었다. 희원이보다 조금 크거나 비슷한 아이들.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희원이가 내 옆에 딱 붙어 섰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 손에 힘이 들어와 있었다.

12월이었다. 처음으로 그룹 수업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선생님이 나와서 희원이를 불렀다. 아이는 한 발 내딛다 멈췄다. 안쪽에 있는 아이들을 보고, 나를 봤다. 나는 "들어가봐" 하고 말했다.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평온하게 나왔다. 속은 그렇지 않았다. 낯선 또래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 희원이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이 닫혔다.

나는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창문 너머로 수업이 보였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자기소개를 하게 했다. 차례가 희원이에게 왔을 때, 아이가 잠깐 주저하더니 말했다. "내 이름은..." 거기서 멈췄다. 선생님이 기다렸다. "희원이야." 작은 목소리였지만, 끝까지 했다.

나는 그 순간 숨을 내쉬었다.

수업 중반쯤이었다. 한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는지, 다른 아이들이 멈칫했다. 희원이도 멈췄다. 우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달려가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그냥 바라봤다. 그 표정이 궁금해 보였다. 저 아이는 왜 우는 걸까, 하는 얼굴이었다.

치료실에서는 언제나 일대일이었다. 선생님과 희원이 둘뿐이었다. 울거나 떼쓰거나 소리치는 다른 아이가 없었다. 처음으로 또래의 감정과 마주한 것이었다. 나는 유리 너머로 아이의 등을 보면서 생각했다. 지금 희원이 안에서 무언가가 새로 열리고 있을 것이라고.

수업이 끝나고 문이 열렸다. 희원이가 나왔다.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지쳐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가득 담아온 것 같기도 했다.

"어땠어?" 내가 물었다.

아이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이들 있었어."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나는 그 대답이 맞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있었다. 그것이 오늘 희원이가 배운 첫 번째 사실이었다. 세상에는 나 말고도 아이들이 있다는 것. 우는 아이가 있고, 이름을 말하는 아이가 있고, 나와 같은 책상에 앉는 아이가 있다는 것.

사회성은 어디서 오는 걸까. 가르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부딪혀야 했다. 낯선 사람의 울음을 가만히 바라보는 경험, 내 이름을 모르는 아이들 앞에서 말해보는 경험. 그런 순간들이 쌓여서 세상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었다.

차에 타면서 희원이가 창밖을 봤다. 한참 있다가 다시 말했다. "또 갈 거야."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먼저 말했다. 또 가겠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세상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오늘 조금 배웠구나.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웹툰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보증하지 않으며, 모든 의료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별 환자의 치료 결과는 다양할 수 있으며, 본 콘텐츠의 사례가 일반적인 치료 결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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