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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익명· 2026년 6월 9일

52화. 100까지

52화. 100까지

52화. 100까지

치료실 문이 열리자마자 희원이가 달려 들어갔다.

나는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아이가 선생님을 보자마자 한 말이 들렸다. "백까지 쓸 거야." 짧은 문장이었지만, 어조가 달랐다. 소원을 빌듯 말하는 것도, 뭔가를 물어보는 것도 아니었다. 선언이었다.

10월이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치료가 다시 시작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였다.

선생님이 살짝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나도 처음 들었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이는 이미 책상에 앉아 연필을 쥐고 있었다. 희원이가 스스로 목표를 세웠다.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수업은 언제나 선생님이 제안하고 아이가 따라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아이가 먼저, 스스로, 무언가를 하겠다고 정했다.

나는 구석 의자에 앉아 그 의미를 천천히 생각했다.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그려보는 것. '백까지 쓸 거야'라는 말 안에는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인지 작용이 담겨 있었다.

1부터 쓰기 시작했다. 처음 20까지는 빠르고 힘차게 썼다. 연필 잡는 힘이 들어가 종이가 눌릴 정도였다. 30을 넘어서면서 속도가 느려졌다. 40 근처에서 3과 4를 한번 헷갈렸다.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썼다. 찡그리는 얼굴이 보였다.

50에서 잠깐 멈췄다.

선생님이 물었다. "힘들어?" 희원이가 대답했다. "조금." 인정하는 말이었다. 예전이라면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연필을 내려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는 잠깐 손을 쉬게 하고는 다시 쥐었다. 51, 52, 53. 계속 나아갔다.

60을 넘겼을 때, 나는 처음으로 '백까지 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날 수업이 끝나고 희원이는 70까지 썼다. 목표에는 닿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는 실망하지 않았다. 가방을 매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다음에 또 할 거야." 다음을 알고 있었다. 오늘이 끝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다. 목표를 세운 아이는, 계속하는 법도 알고 있었다.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웹툰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보증하지 않으며, 모든 의료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별 환자의 치료 결과는 다양할 수 있으며, 본 콘텐츠의 사례가 일반적인 치료 결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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