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화장실

46화. 화장실
4월 치료실은 늘 조금 소란스럽다. 블록 부딪히는 소리, 아이들 웃음소리, 치료사 선생님들의 낮고 안정적인 목소리가 섞여 복도까지 새어나온다. 나는 오늘도 치료실 밖 의자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희원이를 바라봤다.
기저귀 떼기 이야기를 처음 꺼낸 건 지난달이었다. 선생님이 조심스레 물었고, 아내도 나도 서로 눈치를 봤다. 아이가 싫다고 하면 어떡하나, 혼란스러워하면 어떡하나. 치료 계획은 어렵지 않게 세우는 내가 이런 일 앞에서는 자꾸 망설였다. 의사가 아빠가 되면 이 두 역할이 늘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머리는 알아도 마음이 따라오질 않는다.
치료실 안에서 희원이는 선생님 옆에서 블록을 쌓고 있었다. 집중이 온전하지는 않았다. 눈이 자주 다른 곳으로 갔다. 그래도 손은 블록 위에 있었다. 1년 전에는 그 손조차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게 지금은 다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조용히 숨을 내려놨다.
그때 선생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희원아, 희원이 남자잖아~"
별것 아닌 말이었다. 기저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려는, 장난기 섞인 한마디. 나는 희원이가 무시하거나, 딴 데를 보거나, 그냥 블록으로 돌아가겠거니 했다. 보통은 그랬으니까.
그런데 희원이가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을 봤다. 눈이 잠깐 맞았다.
그리고 뛰었다.
작은 운동화가 복도 바닥을 쿵쿵 밟았다. 치료실 문이 쾅 열리고, 희원이는 나를 지나쳐 복도 끝 남자화장실 쪽으로 달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따라갔다. 화장실 문이 삐걱 열리는 소리. 잠시 후,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화장실 문 앞에 멈춰 섰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였다. 그냥 물 소리인데, 그날따라 유독 크게 들렸다. 무언가가 끝나는 소리처럼, 또 무언가가 열리는 소리처럼. 나는 화장실 문 앞에 서서 눈물이 나는 걸 느꼈다. 우습다고 생각했다. 물 소리 하나에. 그래도 멈추질 않았다.
희원이가 문을 열고 나왔다. 손을 내밀었다. 씻었는지 안 씻었는지 모를 손이었지만, 표정만은 분명했다. 자기가 뭔가 해냈다는 표정.
나는 쭈그려 앉아 그 손을 잡았다.
"잘했어."
평소에는 칭찬에도 계산이 있었다. 어떤 행동을 강화할지, 어떤 반응을 다음으로 이어갈지. 오늘은 그런 게 없었다. 그냥 잘했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기저귀를 달고 태어나서 세 해를 그렇게 살아온 아이가, 선생님 말 한마디에 스스로 복도를 달려 화장실로 갔다. 아무도 손잡고 데려가지 않았다. 그냥 혼자 뛰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그 장면을 계속 되새겼다. 운동화 소리, 삐걱이는 문, 물 내리는 소리. 희원이는 카시트에 앉아 창밖을 봤다.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눈이었다. 아직도 그 눈 안에 뭐가 담겨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 이 아이의 세계가 조금 넓어졌다. 기저귀 안쪽에서 복도 끝 화장실로. 그 거리가 얼마나 먼지 희원이는 모를 거다. 나는 안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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