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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익명· 2026년 6월 9일

37화. 도와줘, 같이 해

37화. 도와줘, 같이 해

37화. 도와줘, 같이 해

10월부터 치료 과제의 결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지시 따르기에서, 아이가 먼저 요청하는 방향으로. 선생님이 말했다. "이제는 희원이가 스스로 말을 꺼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듣는 순간, 나는 내 안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수동에서 능동으로. 치료사의 말을 따라 하는 단계를 넘어, 자기 필요를 언어로 꺼내는 단계. 그것은 단순한 발달 단계가 아니라, 아이가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간다는 신호였다.

11월 2일, 작업치료 시간. 선생님이 일지에 이렇게 적었다. "뚜껑이 안 열리는 통을 앞에 두고, '선생님 도와줘, 같이 해'라고 말함."

나는 그 문장을 몇 번이고 읽었다. 도와줘. 같이 해. 두 개의 요청이 한 문장 안에 들어 있었다. 도와줘 — 나는 지금 혼자 할 수 없다. 같이 해 — 하지만 나는 여기서 빠지지 않겠다. 도움을 받되, 함께하겠다는 의지.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 저녁 식사 때 아이가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바닥을 내려다봤다. 예전 같으면 울었을 것이다. 안 되는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고 감정이 먼저 터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를 봤다. 그리고 말했다.

"아빠, 도와줘."

두 단어. 아빠라는 호칭과, 도와줘라는 요청. 정확했다. 필요를 인식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특정해서, 말로 요청하는 것. 사회적 의사소통의 기본 구조가 그 두 단어 안에 압축되어 있었다.

나는 숟가락을 주워 아이 손에 쥐어줬다. 아이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숟가락을 건네고 나서 한동안 젓가락을 내려놓지 못했다. 손이 조금 떨렸다.

그날 밤, 나는 치료 일지를 다시 펼쳤다. 도와줘, 같이 해. 여기에 아이의 현재 위치가 있었다. 혼자서 다 할 수는 없지만, 함께라면 할 수 있다는 것. 도움을 구하는 것이 포기가 아니라 계속하는 방법이라는 것. 나는 그 문장을 보면서, 아이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나도 그동안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 의사니까. 아빠니까. 그런데 아이는 달랐다. 도와달라고 말할 줄 알았다. 같이 하자고 말할 줄 알았다. 나는 그 용기를, 아이에게서 배우고 있었다.

⚠️ 면책조항 (Disclaimer): 본 웹툰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보증하지 않으며, 모든 의료적 판단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별 환자의 치료 결과는 다양할 수 있으며, 본 콘텐츠의 사례가 일반적인 치료 결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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