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6차

27화. 6차
채혈 세트를 꺼내며 나는 7월을 떠올렸다.
그달에 나는 쉬기로 결정했다. 5차를 마치고 두 달을 비워두는 것. 의사로서 내린 결정이었지만, 내심 두려웠다. 쉬는 것이 후퇴처럼 느껴졌다. 뭔가를 하고 있어야만 아이를 위해 싸우는 것 같았다. 그 조급함이 결정을 흔들었지만 결국 원칙을 따랐다. 몸도 쉬어야 회복한다. 치료도 마찬가지였다.
9월이 왔다. 6차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아이의 팔에서 피를 뽑아야 했다. 바늘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는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다른 무언가에 이끌린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팔을 잡자 몸이 뒤로 당겨졌다. 울음은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더 마음에 걸렸다.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포기를 배운 것인지. 나는 그 구분을 아직도 모른다.
휴지기 두 달 동안 아이의 몸은 조용히 변하고 있었다. 예민하게 반응하던 장이 조금 안정됐다. 수면 패턴이 전보다 일정해졌다. 수치로 잡기 어려운 것들이었지만, 매일 보는 내 눈에는 분명했다. 몸이 흡수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쉬기로 한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몸이 먼저 알려줬다. 의사로서의 판단이 아빠의 조급함을 이긴 것이었다.
줄기세포를 투여하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아이가 기침을 시작했다. 이어서 구토가 한 번 있었다. 나는 손을 멈추고 아이를 관찰했다. 의사의 눈으로. 5월에 4차를 투여했을 때보다 반응이 분명히 약했다. 횟수가 쌓이면서 면역 반응의 진폭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적응. 몸이 치료를 낯선 자극이 아니라 익숙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좋은 신호로 읽었다.
구토가 지나고 아이는 천천히 몸을 옆으로 돌렸다. 고개는 들지 않고, 시선은 여전히 다른 곳을 향한 채였다. 말은 없었다. 하지만 숨소리가 조금씩 고르게 변했다. 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이 손에 닿는 감촉으로 느껴졌다. 나는 아이의 등을 한 번 더 쓸어주었다. 말 대신 손바닥으로 확인하는 안부.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대화의 전부였다.
처음 1차를 결정하던 밤이 떠올랐다. 근거를 쌓고 또 쌓아도 확신이 오지 않아서, 진료실에 혼자 앉아 논문을 다시 읽던 밤. 지금 나는 6을 기록하고 있다.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멈추지 않겠다. 이것은 결의가 아니었다. 6이라는 숫자를 적으면서 내 안에서 이미 확인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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