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결심 — 근본 원인을 찾기로

5화. 결심 — 근본 원인을 찾기로
결심에는 보통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
나에게 그 순간은 토요일 오후였다. 오전 진료를 마치고 혼자 진료실에 남아 있었다. 간호사들은 다 퇴근하고, 형광등 하나가 미세하게 깜빡이는 조용한 공간에서 나는 노트북을 열었다. 기능의학 학회 자료였다. 몇 주 전부터 조금씩 읽어오던 내용들, 그날은 그것들이 하나로 모이는 느낌이 들었다.
장내 세균 불균형이 전신 염증에 미치는 영향. 중금속 노출과 신경 발달의 상관관계.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에너지 대사 이상. 각각의 논문들이 말하는 내용이 내 아이의 증상들과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발진, 수면 장애, 반복적인 소화 문제, 그리고 언어 발달 지연.
점들이 연결됐다.
기능의학은 내가 의대에서 배운 방식과 달랐다. 증상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찾고 몸의 기능 자체를 회복시키는 접근. 근거 중심이면서도 전체를 보는 시선.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지금 내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기존의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날 저녁, 나는 기능의학 정식 교육 과정 등록 페이지 앞에서 한참을 멈췄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 원장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 이미 한 분야의 전문의인데 새로 공부를 시작한다는 어색함. 여러 이유들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결국 손은 마우스를 클릭했다.
내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아마 조금 더 미뤘을 것이다. 그게 솔직한 마음이다. 의사가 환자의 부모가 되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모르는 것을 그냥 넘기지 못하게 된다. 그날 나는 그것을 처음으로 제대로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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