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벨
커뮤니티로
원장칼럼수아벨 원장· 2026년 6월 9일

[의사아빠 자폐치료] #37 ASD 증상 개선의 가능성과 한계 1부

치료 가능성 삽화

영상으로 보기

자폐는 치료될 수 있을까 1부

원장의 핵심 주장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폐는 호전될 수 있는, 변화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자폐는 뇌가 태초부터 통째로 잘못 만들어진 운명이 아니라, 몸과 뇌의 생물학적·대사적 이상이 발달을 어긋나게 한 상태이며, 그 안에는 되돌릴 수 있는(reversible) 부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가역적인 부분을 정확히 겨냥해 치료하면 어떤 아이는 병의 범주에 가까울 만큼 크게 좋아지기도 하고(cure에 가까운 호전), 더 많은 아이는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기도 합니다(improve).

왜 합리적인 접근인가

먼저 '치료'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합니다. 의학에서 **큐어(cure)**는 병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입니다. 혈압 140/90이던 고혈압 환자가 120/70 수준으로 떨어져 3개월 이상 유지되면 우리는 큐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치료는 큐어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병이 개선되는 것(improve) 역시 분명한 치료입니다. 자폐를 바라볼 때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병은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부분과 되돌릴 수 있는(reversible) 부분이 공존합니다. 어떤 병에 가역적인 영역이 클수록 치료적 행위로 개선되는 폭이 커지고, 가역적인 부분이 모두 회복되면 큐어에 도달합니다. 비가역적인 부분만 남는 경우에도, 가역적인 부분이 회복되는 만큼 아이는 좋아집니다. 즉 치료적 행위에 의미 있게 반응하는 아이가 많다는 것이 제 임상 경험입니다. 다만 지금 그 아이의 가역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는 미리 알 수 없고, "해 봐야 안다"는 것이 정직한 답입니다. 그리고 제 임상 경험상, 큐어에 가까울 만큼 좋아진 아이도, 의미 있게 개선되는 아이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겨냥해야 할까요. 치료를 하려면 어디가 고장 났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저는 보호자들께 늘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폐는 본질적으로 뇌의 문제이지만, 그 뇌를 그렇게 반응하게 만든 것은 몸의 문제, 대사의 문제, 면역의 문제라고요. 우리 몸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니 뇌가 그렇게 반응하고, 그 결과 자폐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핵심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 아이의 뇌는 태초부터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구조는 괜찮은데 대사 이상·면역 공격·장독소·중금속(수은) 같은 후천적 요인으로 발달이 어긋나거나 퇴행한 것인가.

여기서 타이밍이 결정적입니다. 뇌신경 발달의 아주 초기(영아기, 대략 수정 후 4주 이내의 '얼리')에 어긋나면 신경세포의 이동·분열, 좌우뇌가 합쳐지는 과정 같은 구조 자체의 병리(pathology)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생후 612개월 사이에 무언가 잘못되는 '레이트' 퇴행에서는 구조 자체보다 **뇌 영역 간 연결성(connectivity)**의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가 퇴행을 알아차리는 시점은 보통 1820개월 전후지만, 실제 뇌의 손상은 그보다 앞선 6~12개월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발병 시점이 4주 전이냐, 생후 6개월이냐, 11개월이냐에 따라 같은 '자폐'라도 증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타이밍을 결정하는 것은 뇌 발달을 지휘하는 조절 유전자·조절 단백질(regulator gene/protein) 의 이상입니다. 뇌는 오케스트라이고, 그 지휘자가 흔들리면 연주 전체가 어긋납니다. 팔다리처럼 일부가 통째로 없는 문제가 아니라, 전개의 순서와 타이밍이 어긋난 문제라는 점이, 그것을 다시 정렬할 여지가 있다는 — 곧 치료 가능성이 있다는 — 근거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원장은 더 큰 그림, 즉 왜 자폐가 점점 늘어나는가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제시합니다. 진화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 방향으로 갈라지며, '닮은 끼리끼리' 만날수록 그 특성이 다음 세대에서 더 짙어집니다(목이 긴 기린끼리 만나면 목이 더 긴 새끼가 나올 가능성이 높듯이). 분석적이고 냉철하며 학업·연구에 유리한 성향, 이른바 **광의의 자폐 표현형(BAP, broader autism phenotype)**을 가진 사람들이 현대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상류로 모이고 서로 만나는 경향 — 원장은 이를 '실리콘밸리 이펙트'라 부릅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동류 교배(assortative mating)**가 누적되면 BAP 성향이 짙은 자손이 늘고, 그 발달 타이밍이 어긋날 때 자폐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자폐 유병률 증가를 이렇게 본다면,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원장의 결론입니다.

핵심 논지

  • '치료'는 병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나는 **큐어(cure)**와, 병이 개선되는 **개선(improve)**을 모두 포함한다 — 자폐는 이 두 의미 모두에서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
  • 모든 병에는 되돌릴 수 없는 부분과 되돌릴 수 있는(reversible) 부분이 공존하며, 가역적인 부분을 겨냥하면 어떤 아이는 큐어에 가깝게, 더 많은 아이는 의미 있게 개선될 수 있다.
  • 자폐는 본질적으로 뇌의 문제이지만, 그 뇌를 그렇게 만든 것은 몸·대사·면역의 문제 — 대사 이상, 면역 공격, 장독소, 중금속 같은 후천적 요인이 핵심 표적이다.
  • 발병 타이밍이 증상을 가른다 — 아주 초기(약 4주 이내) 손상은 뇌 구조의 병리(pathology), 생후 6~12개월의 늦은 퇴행은 연결성(connectivity) 이상으로 나타난다.
  • 이 타이밍을 지휘하는 것은 뇌 발달의 조절 유전자·조절 단백질이며, 자폐는 구조의 결손이 아니라 '전개 순서의 어긋남'에 가깝다.
  • 자폐 유병률 증가는 **BAP 성향끼리의 사회경제적 동류 교배('실리콘밸리 이펙트')**라는 진화론적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영상에서 제시한 근거

원장은 수많은 책과 논문을 직접 파고들며 자폐를 '뇌가 처음부터 망가진 병'이 아니라 '몸의 이상이 뇌의 발달을 어긋나게 한 병'으로 재정의해 왔습니다. 그 근거로 첫째, 임상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증상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사실 자체를 듭니다. 같은 자폐라도 발병 시점에 따라 양상이 완전히 다른데, 이는 '하나의 고정된 손상'이 아니라 '시점마다 다르게 어긋나는 발달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둘째, 부모가 퇴행을 알아차리는 1820개월보다 실제 뇌 손상은 612개월부터 시작된다는 관찰, 그리고 일찍 어긋날수록 구조적 병리가, 늦게 어긋날수록 연결성 문제가 두드러진다는 패턴을 제시합니다. 흥미롭게도 원장은 자신이 처음 중요하게 여겼던 '퇴행 여부'가 막상 자기 병원 아이들의 통계에서는 예후를 가르는 결정적 인자는 아니었다고, 임상 데이터에 비추어 솔직하게 정정하기도 합니다 — 가설을 실제 환자 경과로 검증하는 태도입니다.

또한 원장은 ASD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선천성 대사질환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자폐의 상당 부분이 '대사 교정'으로 접근 가능한 생화학적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발생학적 통찰 — 하나의 수정란이 분화하는 과정에 진화의 단계들이 압축되어 나타나며, 인간이 유독 긴 양육기를 거치며 대뇌피질을 키우도록 '타이밍'이 길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 — 을 통해, 자폐가 바로 그 정교한 발달 타이밍이 어긋난 결과임을 큰 틀에서 설명합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PubMed)

  • 이 회차의 판단은 원장의 진료 경험과 검사 해석에 근거합니다.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회차 칼럼에서 관련 연구를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보호자를 위한 정리

  • 자폐를 '바꿀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되돌릴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상태로 바라보는 것에서 치료가 시작됩니다. 어떤 아이는 큐어에 가까울 만큼 좋아지기도 하고, 더 많은 아이는 의미 있는 개선을 보이기도 합니다.
  • 핵심은 교육적 접근과 별개로 몸·대사·면역이라는 생물학적 원인을 함께 점검하는 것입니다 — 대사 이상, 면역, 장 건강, 중금속 같은 요인이 표적이 됩니다.
  • 우리 아이의 양상은 발병 타이밍과 연결됩니다. 일찍 어긋난 경우와 늦게 퇴행한 경우는 치료의 초점(구조 vs 연결성)이 달라지므로, 진료에서 발달력과 퇴행 시점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 "해 봐야 안다"는 말은 포기가 아니라 가능성의 표현입니다. 가역적인 부분을 정확히 겨냥하는 치료를 일관되게 이어갈 때 아이의 발달은 다시 올라올 수 있습니다.

※ 본 칼럼은 원장의 임상 경험과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일반 건강정보이며, 우리 아이에게 맞는 적용은 진료 상담을 통해 안내드립니다.

댓글 0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